2008년 2월 28일과 29일, 1박 2일 동안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비슬산 얼음축제가 지난 1월 10일부터 시작되었으니 참 늦게도 다녀온 셈이다.
다른 사람들 즐길 거 다 즐기고, 누릴 거 다 누린 다음에서야
하은이네랑 원영이네랑,
우리들 만의 축제에서 실컷 원맨쇼하며 행복한 이틀을 지내다 왔다.
자가용으로 가면 한 30분 거리에 있는 그 곳을
시내버스로 1시간 가량을 간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10여분을 가니
한 눈에도 힘겨워보이는 가파른 경사진 길들이 이어져있고
자연휴양림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와~~ 눈이다, 눈!!
겨울에도 함박눈 보는 게 일생일대의 소원이 되버린
불쌍한 대구 아그들은 이런 짜실한 눈을 보고도 함성을 퍼붓는다.
불쌍타, 불쌍타하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눈을 즐겨보랴하면서
더군다나 하나 바쁠 것 없는 휴양림에 놀러 온 터라
아이들 하는 모양대로 그대로 지켜보며 기다려준다.
기다리던 엄마들은 어깨 빠지게 무거운 배낭때문에
숙소에 먼저 들러 짐을 풀자고 아이들 달래서 통나무집에 도착하니
문을 열자마자 옷 훌러덩 벗어던지고
이불속으로 풍덩한다.
이 느낌이 좋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말이다.
조금 몸을 녹인 후 본격적으로 뒤늦은 얼음축제를 구경하러 나섰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증도 가지면서
어쩜 저런 푸르스름한 빛이 날 수 있는지
혹시 색소를 넣어 스프링쿨러를 돌린 거 아니냐는 억측까지 해 보았다.
얼음의 영롱하고 깨끗한 그 마음을 담고 싶다는 마음도 가져보았다.
지금이야 이렇게 녹아버린 기둥이며 고드름이겠지만
이전에는 이보다 더 푸른 빛을 자랑하는 얼음들이겠지.
해맑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 그만두자 싶다가도
다른 사람들에 해를 입힐까봐 늘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언제나 자기 외의 다른 사람들 기분과 상황을 고려해 행동할지 원.....
미끌어지고 미끌어지는 게 하나의 놀이가 되어버렸던 빙벽에서,
하얗게 쌓인 눈위에 자기 발자국을 새겨보겠다며
굳은 결심을 하며 도전을 했지만
결국 빙벽 주위만 맴돌다 미끄럼 놀이에 만족했다.
아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으로 꼽았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지 흠뻑 젖는 줄 모르고
소매자락에 고드름 얼 정도로
정말 열심히 놀았고 정말 많이 웃고 행복했다.
군데군데 마련해 놓은 얼음 조각들도 만져보며
얼음동굴들을 탐험하다보니 저쪽 하늘에 해가 걸치는 게 보인다.
더 늦기전에 숙소로 돌아와
고기 굽어 맛있게 먹고 피곤한 아이들을 달래
편안하고 아늑한 1박 2일 여행의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이불에 파묻히길 원하는 하은이에게 영채를 맡겨놓고
원영이랑 산책을 나섰다.
여행지의 아침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비슬산이 해발 1000미터가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동안 해발 600미터 지점까지 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 발견한 암석들 앞에
비슬산 암괴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 설명이 있고
둥그스름한 바위랑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첩첩산중 쌓여있는 걸 보고 새삼 몰랐던 비슬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등산로의 시작까지 가는 동안
청소년 야외 훈련장으로 마련된 곳에서
산기슭에서부터 불어오는 산바람을 느껴보았는데
그 소리가 마치 바다 저편에서 밀려오는 파도인 듯
나를 휘감고 돌아 다른 숲 저편으로 사라져서 느낌이 참 좋았다.
원영이랑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몸을 떨었다.
또 가는 도중에 까치며, 까마귀며,
원영이 말로는 붉은머리 까치 인 듯한 새도 보면서
생각나는 대로 시도 한 번 읊어보고
이러구 저러구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가져보았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하은이 엄마가 준비해 놓은 맛있는 아침을 먹고
윷판을 벌여 내기를 해 보았다.
기껏해야 음료수 내기, 심부름 하기였지만
안타까운 탄성소리, 승리의 환희 소리가 뒤엉켜 여행의 맛을 더해 주었다.
하은이랑 하은이 엄마랑 함께 얼음 동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원영아, 하은아 !
살아가면서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란다.
함께 웃고 함께 울 줄 아는 친구,
내가 힘들 때 말만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없는 행복이겠지??
늘 너희들은 서로에게 그런 소중한 친구,
위로 해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하은이, 원영이
2학년때도 1학년때와 마찬가지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 만들었으면 해.!
사. 랑.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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